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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기는 상쾌했고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. 거기엔 향기도 내용물도 습기도 없었다. 그냥 가볍게 흘러들어 와 마음속에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.-마의 산/토마스 만
책 없이 비행기를 탄 다는 생각만 해도 파도처럼 공황이 덮쳐온다. 딱 맞는 책은 해설사 역할을 해주고 여행의 톤을 결정하며 심지어 궤적까지도 바꿔버린다.-몰입/패티 스미스
동쪽 창문가로 길게 놓인 내 책상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자니, 하늘엔 낮은 구름들만 가만히 엎드려 있고 아침의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은 한 점도 비치지 않는다. 곧 가을이 닥칠 것 같다. 헌옷가게에 가서 스웨터들을 사야겠다. 가능하다면 코트까지도.-어떤 나무들은—아이오와 일기/최승자
어느새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. 식물 하나와 함 께 나날을 건너왔고. 그것을 죽이지 않고 같이 건너온 스스로가 대견스럽고. 봄을 채 누리기도 전에 여름이 도착해 있네요. 여름은 무덥고 그래서 무섭고. 그럼에도 우리는 또 우리가 타고난 빛 그대로를 따라 걸어가겠지.-새벽과 음악/이제니
올해도 그렇게 축구하기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간다. 어느새 운동하기 좋은 계절, 봄이 왔다. 사람들도 하나둘 다시 운동장으로 모여들고 있다. 어두웠던 생각은 금세 걷히고 다시 공을 차고 싶어 발가락을 꼬물거린다.-시골, 여자, 축구/노해원
저녁 8시에는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벤치와 연못이 필요해. 커다란 나무를 옮겨 심듯이 동네마다 공원을 심어두었으니까. 시민들을 위한 섬처럼 느닷없이 할일이 없어진다. 가장 헐렁한 옷을 입고 공원에 가자. “이렇게?” -에코의 초상 ‘공원의 취향’/김행숙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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