용 준형 (활종)
@Kidari_JH키다리 아저씨 (w. 요소블리) 패계, 용 준형 (32) [14.01.17 ~ 14.05.06]
모든 것을 잃은 남자와,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는 남자. 비록 먼 길을 돌고 돌아왔을 지라도, 두 사람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한 가시덤불이었을지라도. 두 사람은 결국, 길의 끝에서 다시 마주보고 설 수 밖에 없었음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.#키다리아저씨
"어쩌다가 윤두준 같은 놈한테 걸려가지고는." "그러게, 나도 어쩌다 용준형 같은 놈한테 걸려가지고는." "뭐?" "네가 날 좀 쫓아다녔어야지. 안 그래? 나한테 오는 편지며 선물도 죄다 가로채갔으면서. 내가 모를 줄 알았지?" #키다리아저씨
[그 일을 재미있는 경험이라 여기고,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. '내가 어떤 하늘을 이고 있든, 나에게는 모든 운명과 맞설 용기가 있다.' 라는 말처럼.] #키다리아저씨
"그 둘 생각하면 심란해죽겠어. 지켜준다고 큰 소리 뻥뻥 칠 땐 언제고. 윤두준 나쁜 놈. 요섭인 아무것도 모르던데……." "아무것도 모르는 게 요섭이를 위하는 거니까. 혼자 다 짊어지려는 거지, 두준이가." "난 잘 모르겠어. 뭐가 더 나은 길일지." #키다리아저씨
"현승아. 우리 뽀뽀나 한 번 할까?" "이거 왜 이래, 징그럽게." "넌 애인보고 징그럽단 소리가 나와?" "거울 보고 다시 얘기할래? 그 눈 풀린 것 좀 어떻게 해 봐!" #키다리아저씨
"나 좀 보시죠? 기껏 시간내서 나왔구만." "보고 있었잖아, 왜 또 심통이실까." "담배 다 압수해버린다. 너 아까부터 자꾸 담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거 누가 모를 줄 알아?!" "……티났어?" #키다리아저씨
"그 날 생각난다." "언제?" "두준이 처음 만났던 날. 그때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은데." "맞아, 딱 벚꽃 필랑말랑 할 때였지. 벌써 몇년 전이야?" "한 6년 됐나. 더 됐나? 진짜 오래됐다." #키다리아저씨
"뭐 하고 싶은 건 없어?" "하고 싶은 거요?" "응. 앞으로 하고 싶은 거. 만약 밖에 나갈 수 있게 된다면." "음……. 친구들도 보고 싶고, 학교도 가고 싶어요. 부모님 계신 곳도…. 가보고 싶고. 그냥.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." #키다리아저씨
"요섭이는, 너 모르는 거지? 나랑 같은 병원인 거." "응. 그나저나 나중에 우리까지 가담한 거 알면 우리도 잘리는 거 아냐?" "그럼 윤두준이 먹여 살려주겠지. 설마." #키다리아저씨
"야, 장 인턴." "나 이제 인턴 아니거든? 곧 있음 끝나. 이제 전공의라고 불러라." "너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, 정신과?" "정신 건강 의학과. 기억하고 있었네? 듣는 척도 안 하더니." #키다리아저씨
"요섭이는 어때?" "다른 건 다 괜찮은 것 같은데. 말을 안 해. 걔 원래 말 못하는 거 아니었잖아." "응. 말을 안 한다고?" "여태 한 마디도 안 했어. 대답조차도." "……좀 심각하네." #키다리아저씨
'그게 무슨 소리야. 누가 위험하다는 건데?' '설명할 시간 없어. 내 말대로 해.' '너……. 후, 일단 알겠어. 이따 다시 문자할게. 지금 바빠.' '어. 부탁한다. 나머지는 내가 말해놓을게. 걱정하지 말고 나와. 최대한 빠르게.' #키다리아저씨
"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,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. 어떻게 한 번 나눠줘볼래?" "……." "네 무거운 마음. 같이 들어줄게. 궁금한 얘기든, 하고싶은 말이든 다 적어줘. 물론, 두준이한테 비밀로 할게." #키다리아저씨
"아까 너랑 같이 서있던 새낀 누구야? 처음 보는데." 정면을 응시하며 꼭 누구 하나라도 찢어놓을 것처럼 짓이기듯 내뱉는 두준의 말에 "미친 새……." 저도 모르게 제 양 팔을 문지르며 욕을 내뱉은 준형이었다. #키다리아저씨
"하, 하하하. 나도 수술이 잡혀있어서 가봐야겠다." 하며 엉거주춤 일어섰지만, "네 스케줄 확인하고 오는 길인데. 앉아라." 들리는 현승의 살벌한 목소리에 다시 엉덩이를 붙이며 콧물을 삼키는 준형이었다. #키다리아저씨
"엄마, 아빠. 나 왔어요! 지난 번에 약속했던 대로 내 편도 몽땅 다 데리고 왔어!" 여긴 아빠가 아끼던 준형이 형, 그리고 엄마처럼 나 많이 아껴주고 도와준 현승쌤. 그리고 여긴…. 내가 말했던 내 아저씨야. 내가 사랑하는 아저씨. #키다리아저씨
"죽었어." "누가?" "양 과장. 그리고 양 과장 아내." "뭐?" "그리고 양요섭." "야……." "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. 네가 알아야 할 것도 여기까지." #키다리아저씨
"이기적인 말일진 모르겠지만, 어쨌거나 요섭아. 너 살아있잖아. 지금 네가 이렇게 괴로워할 수 있는 것도, 다소 어둡더라도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. 다 우선 네가 살아있으니까. 가능한 거잖아, 안 그래?" #키다리아저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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