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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월에 막연히 무뎌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몽중에도 앓을 만큼 여전히 선연한 것들이 있다. 잃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잃어가는 중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켜야 할 것들이 있으므로.
살아가면서 한 번은 마주해야 하는 아픔이니까요. 자기가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, 우리가 애쓴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도 아니에요.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헤아려 줘야죠, 그럼.
그래, 니가 날 어떻게 보는지도 알겠고, 여길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겠어. 딱 보면 알지. 그동안 너 같은 놈 꼴랑 한두 번 본 게 아니거든. 여태 나이 처먹고선 지가 뭔 일 하는 줄도 모르고, 가진 거라곤 열등 의식에 피해 의식뿐이라 매일같이 핑곗거리나 찾아다니기 바쁜 놈.
돌담의 열기야 식은 적이 없지만은 유난히 더운 시기는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어요. ‘날도 덥고, 비도 오고. 드디어 여름이 왔나 보다아.’ 하지만 말고, 더운 날 감기 안 걸리게 조심들 하셔. 알지? 여름 감기 독한 거. 또 개도 안 걸린다는 거 걸려다가 더운 날 이불 덮어쓰고 고생하지 말고, 좀.
그래서, 더 포기 못 하겠다, 이 수술. 재단 이사장이래매? 복귀작으로 아주 딱이네에. 가서, 도윤완이한테 전해. 나도 이제부턴 남는 장사라는 것 좀 해 보겠다고, 어?
감사와 고소. 그래요. 그런 거 솔직히 귀찮고 짜증도 나지만, 그런 일들이 닥칠 걸 안다고 해서 우리가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을 외면하거나 미룰 순 없어요. 우린 늘 그래 왔잖아요. 지레 겁먹을 시간에 일단 움직이고, 부닥치고. ... 아, 그간 잘해 왔으면서 뭘 또 엄살을 피우고 그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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